여름밤
들꽃 장광순
산사나무 숲길을 걷다 만난
조그마한 깃털 하나
머언 옛날로 데려간다
누에씨 받아오신 어머니
깃털로 고이고이
쓸어 어루만지며
무럭무럭 잘 자라 튼실한
고치 지으라고 노래를 부르셨지
평생 넉 잠 자는 누에
누에가 한잠 잘 때마다
잠박 수가 늘어나고
누에를 시집보낼 즘 방마다
잠박으로 가득 차면
누에게 방을 내어 준 남매
툇마루에 누워 별을 헤아리며
쏴아아
쏴아아
비가 오는가 봐
소낙비가 오는가 봐
아니야
아니야
사각사각
새앙쥐가 이를 갈고 있나 봐
누에 뽕잎 먹는 소리
자장가 삼아 잠이 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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