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글방

비밀의 숲

들꽃 장광순 2022. 9. 2. 22:34

비밀의 숲  
 
 
들꽃 장광순 
 
 
보충수업 빼 먹은 독수리 형제
라면 끓여 먹고 낮잠 즐기던
아까시나무 숲속 아지트 
 
그윽한 아까시나무 꽃향기
얼큰 칼칼 시원한 라면 냄새
고스란히 감추어 놓고
코끝을 간지럽히는 오후
짝꿍 손잡고 살금살금 기어들어
살림살이 늘어놓고 밥을 짓다가
새파란 이파리 뚫고 들어오는
은빛 햇살에 화들짝
놀라던 꼬마 신부 
 
말꼬리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동공(瞳孔) 풀린 동무들 발자국
팔짱 끼고 으스대던 독수리 형제
호랭이 할배 돋보기에 덜미 잡혀
열흘 만에 막을 내린 일탈(逸脫) 
 
아까시나무 이팝나무 꽃밥
씀바귀 냉이 달래 국
마당 딸기 오디 반찬  
 
여름 내내
진수성찬
차려내던
비밀의 숲 
 
 
*동공[瞳孔]
눈알의 한가운데에 홍채로 둘러싸여 있는 동그랗고 검게 보이는 부분  
 
 
*시작 노트 
 
유년 시절  ㅇㅇ가
집 앞 아까시나무 숲속에
작은 아지트를 만들어 놓고 라면도
끓여 먹고 낮잠도 즐기던 때가 있었어요. 
 
친구들과 모여서 학교 보충수업은 빼먹은 채
라면도 끓여 먹고 만화책도 보면서 놀았는데
열흘 만에 이웃 할아버지께 들켜서
선생님께 불려가서 혼쭐이 나고
아지트에 발길을 끊었지요. 
 
ㅇㅇ가 없을 때 몰래 드나들던 아지트가
ㅇㅇ가 발길을 끊고부터는
들꽃 아지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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