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글방

들꽃 장광순 2022. 9. 2. 22:33

늪 
 
 
들꽃 장광순 
 
 
연녹색 수양버들 커튼
슬그머니 비집고
들어온 조각난 세월
다독여 놓은 가슴 휘저으며
기억의 늪으로 끌고 가는 시간 
 
뚜루루 뚜루루
흑두루미 노랫소리
따라 부르며 거닐던
해평습지로 내달리는 마음 
 
이슬비 추적추적 내리는 날
텅 빈 가슴 안고 달려가면
활짝 웃으며 반겨주던 널따란 바위
모래톱 찾아오던 친구들
4대 강 사업으로 점점 줄어들고
녹색 이불 덮은 물결만 찰랑찰랑 
 
 
*시작 노트 
 
4대강 정비 사업으로
모래톱이 사라지고
모래톱 위에 내려앉아 쉬어가던 흑두루미들이
해평습지에서 쉴 곳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치게 되므로 점점 죽어가고 있던 해평습지.
정권이 바뀌며 칠곡보 수위를 1미터 내리자 모래톱이 조금 드러났고
모래톱이 드러나자 흑두루미들이
하나둘 내려앉기 시작했다. 
 
칠곡보 수위를 좀 더 내리면
더 많은 모래톱이 드러나고
더 많은 철새가 쉬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
이리저리 얽힌 이해관계가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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