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애(求愛)
들꽃 장광순
바닷가 비탈진 바위틈에 뿌리를 내려
자줏빛 꽃송이 피운 그대
날이면 날마다 갯벌에 나가 꼬막 캐며
진흙 꽃이 되신 어머니 닮았다
불면으로 퉁퉁 부은 얼굴 숨기려
뚫어져라 발등만 바라보다
먼산바라기 된 섬 처녀 같은 그대
누구를 그리며 샛노란 꽃술을 올리시나
가을바람 선득선득 밀려오는 날
파르르 파르르 붉은 갈색 갓털 흔들며
하나둘 꽃잎 내려놓는 그대
다가오는 계절을 위해 꽃길을 예비하는 것인가
처얼썩처얼썩 새파란 하늘 발갛게
빨갛게 물들도록 부르는 용바위 연가
은근히 고개 돌리며 못 들은 척하는 그대
부지런히 단장하고 찾아간다오
봐도 봐도 보고 싶은 갯쑥부쟁이
시집 (들꽃 향기 머무는 길목) 중에서

갯쑥부쟁이
사진 : 이옥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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